한 뼘 더 자라기/├─ 책을 읽다 2007/12/09 05:24
사실 처음에 이 책을 집어든 것은 순전히 저자가 삼성전자의 최초 여성임원이라하는 것 때문이었다. 너무 불순한 동기였을까? 이 제목에서 한 번 혹하고, 그리고 한 장 뒤집어 프로필을 보니 서울대와 일리노이 공대를 거친 소위 '엘리트'였다는 것을 알고 또 한번 혹했다. 그래서인지 내심 그녀와 나는 스타트 라인부터가 다르구나 하면서 주눅이 들었고, 거의 반쯤은 질투심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 보니 대기업의 여자 임원으로써가 아니라 이현정씨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서 호감과 존경이 우러나게 되더라. 그녀의 인생은 그녀 자신만의 또렷한 인생관과 노력때문에 빛나고 있는 것이고, 학력과 경력들은 그것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았다.
회사의 사장인 아버지를 두었기에 그 시대에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이 그녀의 혜택이라면 혜택이었겠다. 하지만 아무리 명문대를 나와도 여자는 대기업 원서조차 낼 수 없도록 규제되었던 80년대에, 졸업 후 적당히 부잣집 도련님을 골라 선을 보고 결혼하는 여느 여학생들과는 다르게 반대를 무릎쓰고 홀로 미국 유학을 떠났던 것을 보면 여간 강단있는 여자가 아니었다. 로버스트 프로스트의 가지않은 길이라는 시의 비유를 들면 그녀는 숲에서 사람들이 걸어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사람이었고, 그랬기에 성공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정말 '재미있는'책이었고 그래서 주변사람들에게도 꼭 읽으라 추천하고 싶은 정도다. 대한민국의 사회, 그리고 대한민국의 기업에 대한 그녀의 지적에는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고 또 평소 내가 느끼던 것 그대로여서 120% 동감하게 되어버리는 내용도 있었다. 시원시원하고 솔직하면서도 결코 가벼워보이지 않는 이현정씨의 문체때문에 더 술술 읽혔던 것 같다.
그리고 그녀의 가정생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나중에 나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꼭 그녀처럼 교육을 시키고 싶다고 마음 먹었다. 특히 내수용 아이가 아니라 수출용 아이로 키우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것은 영어 교육을 시키라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대학 입시로 인생이 결정되는 것처럼 취급하는 한국 사회의 모순때문에 입시 준비를 위한 공부로 중요한 유아기와 청소년기를 허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겨우 7살짜리 아이가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사회는 정말이지 너무도 잘못되었다.
국제화의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많이 반성했던 내용이다. 해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왜 이렇게 외신의 비중이 적은가에 대해서 단 한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라던지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라던지 이름이야 들어본 적이 있으나 대체 어떤 일을 하고 있어서 그들이 외신에서 주요하게 보도되는 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다. '개발자니까 코딩만 잘 하면 됬지'라는 주변의 말들을 뭘 모른다며 비웃었는데 사실 나도 결국은 그런 그룹의 일원이었던 것은 아닐까.
아무래도 최초 여성임원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다보니 책에서 역시 여성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20년 넘게 미국에서 거주하는 동안 그녀가 거쳤던 회사에서의 생활은 내 눈에는 마치 꿈처럼 비춰져서, 안 그래도 미국에 가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헤집어놓았다. ( 선진국이라는 나라들도 사실 여권신장은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그래도 한국 사회에 비해서는 천국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여성들이 능력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멀다. 상위 계층으로 올라갈수록 두터워지는 유리천정. 이 유리천정을 모두 깨기위해서 지금은 여성들이 힘을 함께 모아야할 때인 것이다.
이 문구에서 나는 그녀의 자신감과 당당함을 느꼈다. 언젠가 나도 이런 멋진 여성이 되고 싶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절대 식지 않는 지적 호기심과 열정을 가진 사람으로 있고 싶다. 지금의 나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수출하기 좀 어려운 상품이다. 하지만 100%로 차오를 때까지 계속 단련할 것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연습장을 펴놓고서 마음에 드는 문구를 베껴서 옮겨적는다. (요즘들어 이러한 연습을 시도하고 있는데, 머릿속에 집어놓으면 금세 잊어버리는 좋지않은 나의 기억력탓이다.) 유난히 이 책은 마음에 드는 부분이 많이 앞 뒤 한 장을 금세 넘겨버리고 만 굉장히 멋진 책이다. 여성 임원이 지었길래 나는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뭐 그런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순전히 오산이었고 이 책은 남녀 가릴것 없이 읽기 좋은 책이다. 주머니 가벼운 학생인지라 학교 도서관에 신청해서(2007년 10월 발간된거라 나름 신간이어서 아직 도서관에 없었다) 읽었지만, 위시리스트에 넣어놓았다가 추후에라도 꼭 구매하고 싶다. 오랜만에 내 취향의 책을 만나게 되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 보니 대기업의 여자 임원으로써가 아니라 이현정씨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서 호감과 존경이 우러나게 되더라. 그녀의 인생은 그녀 자신만의 또렷한 인생관과 노력때문에 빛나고 있는 것이고, 학력과 경력들은 그것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았다.
회사의 사장인 아버지를 두었기에 그 시대에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던 것이 그녀의 혜택이라면 혜택이었겠다. 하지만 아무리 명문대를 나와도 여자는 대기업 원서조차 낼 수 없도록 규제되었던 80년대에, 졸업 후 적당히 부잣집 도련님을 골라 선을 보고 결혼하는 여느 여학생들과는 다르게 반대를 무릎쓰고 홀로 미국 유학을 떠났던 것을 보면 여간 강단있는 여자가 아니었다. 로버스트 프로스트의 가지않은 길이라는 시의 비유를 들면 그녀는 숲에서 사람들이 걸어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사람이었고, 그랬기에 성공했다.
- 글로벌화란 무엇입니까? (본문 58p)
글로벌화라는 것은 단 10분만이라도 나와 다른 역사, 다른 관습,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자라났고 살고있는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유연성입니다.
글로벌화라는 것은 단 10분만이라도 나와 다른 역사, 다른 관습,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자라났고 살고있는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유연성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정말 '재미있는'책이었고 그래서 주변사람들에게도 꼭 읽으라 추천하고 싶은 정도다. 대한민국의 사회, 그리고 대한민국의 기업에 대한 그녀의 지적에는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고 또 평소 내가 느끼던 것 그대로여서 120% 동감하게 되어버리는 내용도 있었다. 시원시원하고 솔직하면서도 결코 가벼워보이지 않는 이현정씨의 문체때문에 더 술술 읽혔던 것 같다.
그리고 그녀의 가정생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나중에 나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꼭 그녀처럼 교육을 시키고 싶다고 마음 먹었다. 특히 내수용 아이가 아니라 수출용 아이로 키우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것은 영어 교육을 시키라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대학 입시로 인생이 결정되는 것처럼 취급하는 한국 사회의 모순때문에 입시 준비를 위한 공부로 중요한 유아기와 청소년기를 허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겨우 7살짜리 아이가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사회는 정말이지 너무도 잘못되었다.
- 국제화의 한계성에 대하여 (본문 60p)
왜 이처럼 국제화가 더딘 것일까. 일단 우리는 다른 나라, 다른 사회에 대한 호기심이 적다. 그 나라의 명품, 잘 알려진 관광지에 는 관심이 있으나, 그 곳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신문, 방송 뉴스를 보면 지구에는 한국이 95퍼센트쯤 되고 다른 나라는 나머지 5퍼센트에 존재하는 것 처럼 보인다. 외신 비중은 매우 적고 대부분이 내신이다.
우리같이 단 하루라도 빗장 걸고 살 수 없는 나라의 국민이 알아야 할 중요한 외신을 주기적으로 분석하는 언론매체가 거의 없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왜 이처럼 국제화가 더딘 것일까. 일단 우리는 다른 나라, 다른 사회에 대한 호기심이 적다. 그 나라의 명품, 잘 알려진 관광지에 는 관심이 있으나, 그 곳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신문, 방송 뉴스를 보면 지구에는 한국이 95퍼센트쯤 되고 다른 나라는 나머지 5퍼센트에 존재하는 것 처럼 보인다. 외신 비중은 매우 적고 대부분이 내신이다.
우리같이 단 하루라도 빗장 걸고 살 수 없는 나라의 국민이 알아야 할 중요한 외신을 주기적으로 분석하는 언론매체가 거의 없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국제화의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많이 반성했던 내용이다. 해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왜 이렇게 외신의 비중이 적은가에 대해서 단 한번도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라던지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라던지 이름이야 들어본 적이 있으나 대체 어떤 일을 하고 있어서 그들이 외신에서 주요하게 보도되는 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다. '개발자니까 코딩만 잘 하면 됬지'라는 주변의 말들을 뭘 모른다며 비웃었는데 사실 나도 결국은 그런 그룹의 일원이었던 것은 아닐까.
- 여성 상위를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본문 104p)
조직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판돈은 커진다. 눈에 안 보이는 장막도 더 두꺼워지고 조직 내의 인맥과 권력구조도 비기득권층에게는 더욱 불리하게 구성되어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의도는 여성들이 촉각을 세우고 피해의식에 젖으라는 말이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머니, 여성들은 서로 도와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아직 여성이 여성과 경쟁해서 이겨야 생존하는 시점까지 오지 않았다. 긴 안목으로 여성들이 공평한 경쟁을 하기 위한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옆자리 영희를 제치고 내가 한발 앞서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조직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판돈은 커진다. 눈에 안 보이는 장막도 더 두꺼워지고 조직 내의 인맥과 권력구조도 비기득권층에게는 더욱 불리하게 구성되어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의도는 여성들이 촉각을 세우고 피해의식에 젖으라는 말이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머니, 여성들은 서로 도와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아직 여성이 여성과 경쟁해서 이겨야 생존하는 시점까지 오지 않았다. 긴 안목으로 여성들이 공평한 경쟁을 하기 위한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옆자리 영희를 제치고 내가 한발 앞서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아무래도 최초 여성임원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다보니 책에서 역시 여성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20년 넘게 미국에서 거주하는 동안 그녀가 거쳤던 회사에서의 생활은 내 눈에는 마치 꿈처럼 비춰져서, 안 그래도 미국에 가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헤집어놓았다. ( 선진국이라는 나라들도 사실 여권신장은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그래도 한국 사회에 비해서는 천국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여성들이 능력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멀다. 상위 계층으로 올라갈수록 두터워지는 유리천정. 이 유리천정을 모두 깨기위해서 지금은 여성들이 힘을 함께 모아야할 때인 것이다.
'나'라는 상품은 100% 수출이 가능하다.
어느 한 나라, 한 회사에 '올인'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다.
그것이 내가 가진 것이다.
어느 한 나라, 한 회사에 '올인'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다.
그것이 내가 가진 것이다.
이 문구에서 나는 그녀의 자신감과 당당함을 느꼈다. 언젠가 나도 이런 멋진 여성이 되고 싶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절대 식지 않는 지적 호기심과 열정을 가진 사람으로 있고 싶다. 지금의 나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수출하기 좀 어려운 상품이다. 하지만 100%로 차오를 때까지 계속 단련할 것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연습장을 펴놓고서 마음에 드는 문구를 베껴서 옮겨적는다. (요즘들어 이러한 연습을 시도하고 있는데, 머릿속에 집어놓으면 금세 잊어버리는 좋지않은 나의 기억력탓이다.) 유난히 이 책은 마음에 드는 부분이 많이 앞 뒤 한 장을 금세 넘겨버리고 만 굉장히 멋진 책이다. 여성 임원이 지었길래 나는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는 뭐 그런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순전히 오산이었고 이 책은 남녀 가릴것 없이 읽기 좋은 책이다. 주머니 가벼운 학생인지라 학교 도서관에 신청해서(2007년 10월 발간된거라 나름 신간이어서 아직 도서관에 없었다) 읽었지만, 위시리스트에 넣어놓았다가 추후에라도 꼭 구매하고 싶다. 오랜만에 내 취향의 책을 만나게 되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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